와인

숙성된 와인과 변질된 와인들이 갖는 공통점

천연사랑 2010. 6. 9. 13:47

숙성된 와인과 변질된 와인들이 갖는 공통점 

 

알자스의 어느 유명 미쉘린 스타급 레스토랑에서 일어났던 어느 소믈리에의 체험담에 따르면 알자스 와인을 잘 몰랐던 한 프랑스인이 자신이 추천한 알자스의 리슬링을 퇴짜 놓은 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 이유는 와인에서 패트롤(Petrol) 향이 감지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물론 당시 그 소믈리에는 어쩔 수 없이 성격이 전혀 다른 와인으로 교체해 주었고 한참 후에야 그 프랑스인은 알자스의 리슬링이 갖는 특징을 알고서 사과를 했다는 후문.

 

처음 와인을 배울 때 와인이 변질되었을 때 감지되는 몇 가지 향기들 중 패트롤 냄새도 그 중 하나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이것을 무조건 절대적으로 적용한다면 매우 곤란할 것이다.

 

화이트 와인의 여왕으로 알려 진 이 리슬링(Riesling) 포도 품종은 이러한 미묘한 패트롤의 향기를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포도나무가 자란 특정 토양에서 혹은 숙성되는 과정에서도 좀 더 약하게 혹은 좀 더 강하게 느껴지는 경향이 있다.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독일의 리슬링도 마찬가지로 일부 와인들에게서 미묘하게 감지가 되는데, 묘하게도 여러 달콤한 꿀과 과일의 향기가 어우러져 기분 좋은 느낌으로 상승 효과를 주기도 한다. 

 

또 다른 경우는 오랜 기간 잘 숙성된 와인과 변질된 와인에 대한 구분이다. 이것은 좀 더 숙련된 훈련과 경험을 필요로 한다.   와인에 따라 10년 혹은 20년이 넘었을 때 와인의 테두리 색상을 보면 갈색에 가까운 빛 바랜 오랜지 색을 띠고 있는 오랜 빈티지의 와인은 외형 보아도 변질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일부는 오래 보관했을 때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와인 찌꺼기로 인해 뿌옇게 보여 지기도 한다.  그래서 오래된 와인을 마시기 전에는 장기간 눕힌 상태로 있었던 와인을 세워 하루 이틀 정도 두었다가 디캔팅 작업을 통해 찌꺼기를 거르고 와인을 서빙하게 된다.  그 맛과 향은 시골의 어느 다락방에서 맡아보았을 것 같은 쿰쿰한 냄새 혹은 심지어 바닥 장판을 뜯어냈을 때 맡게 되는 향과 유사하기도 하다.  일부는 포트 와인과 같은 향기가 나기도 한다.    이러한 많은 요소들이 실제로 변질된 와인을 접했을 때에도 느껴 진다는 것이다.  단지 차이라고 한다면 잘 묵혀서 얻게 된 좋은 와인에서는 이러한 향기들이 보다 복합적인 부케의 형태를 띠면서 더욱 기분 좋은 향기를 준다는 것과 그 맛이 주는 여운과 깊이가 있다는 것인데 웬만한 와인 내공이 아니라면 그 오묘한 차이를 통한 와인의 깊은 세계를 잘 모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가끔씩 고급 레스토랑에서 값비싸고 희귀한 올드 빈티지 와인을 주문하고는 와인이 변질되었다고 항의하는 고객도 있다는 것이 레스토랑 소믈리에가 겪는 난감한 경험담들이 가끔씩 들리기도 한다.  그래서 이들은 이러한 좋은 와인을 판매할 때에도 주문한 사람의 와인 지식 정도를 어느 정도 가늠하고자 신경을 쓰기도 한다. 

 

그런데 역으로, 분명히 식초처럼 변질된 오랜 기간 보관되었던 와인을 가지고도 귀한 와인이라 생각하여 끝까지 온갖 인상을 찡그리면서 마시는 웃지 못할 광경도 보기도 하는데 분명한 것은 현재 내가 마시고 있는 와인이 맛이 좋다고 느끼고 그것으로 충분히 즐겁다고 느낀다면 그 와인은 나에게 좋은 맛있는 와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