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에는 캥거루가 없습니다. (No Kangaroo in Austria)'
얼마나 오스트리아를 오스트레일리아로 착가하는 일이 많으면 오스트리아에서 '오스트리아에는 캥거루가 없다'는 문구를 넣은 티셔츠를 팔까요?
유럽의 보석함이라 불리는 오스트리아는 한국인에게도 많이 알려지지 않은 은둔의 제국입니다. 이승만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의 영부인인 프란체스카(Francesca Rhee)여사가 오스트리아인임을 아는 사람도 그리 많이 않을뿐더러 택호를 따서 여염집 아낙네의 이름을 부르던 당시 우리네 사람들이 프란체스카 여사를 '오지리댁'이 아닌 '호주댁'으로 불렀을 만큼 오스트리아는 알려지지 않은 국가입니다.
오스트리아는 유럽의 심장에 위치하며 한때 신성로마제국을 형성해 강력한 군사력을 자랑하던 합스부르그 왕가로 유명한 국가입니다. 또 모차르트, 베토벤, 요한 슈트라우스 등 천재적인 음악가들의 고향입니다. 그리고 '키스'라는 그림으로 유명한 구스타프 클림트(Gustav Klimt)가 태어난 나라이기도 합니다.
와인에 있어서 오스트리아는 역시 은둔의 제국입니다. 한때 세계에서 3번째로 큰 와인생산국이었던 오스트리아이지만 필록세라로 인한 포도밭의 황폐화와 1985년 발생한 와인스캔들 그리고 자국민 소비위주의 와인생산을 하다 보니 국제사회에 널리 알릴 기회가 많지 않았습니다. 특히 한국에서는 그동안 오스트리아와인을 거의 수입하지 않아 한국민들이 접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이번에 수미르와인에서 주최한 오스트리아 와이너리 투어와 국제 오스트리아 와인박람회인 비에비넘(Vievinum, 2008년 5월 31 - 6월 2일)참관단의 일행으로 오스트리아를 다녀왔습니다.
오스트리아는 거대한 와인산지입니다. 도나우(Donau) 강과 노이지들(Neusiedl) 호수를 끼고 끝없이 이어지는 평지에 낮게 깔린 포도나무 행렬은 유채, 양귀비 등 찬란한 색상을 가진 다른 작물이 심어진 평야와 어우러져 한폭의 그림을 연출합니다. 눈길이 닿는곳마다 어김없이 심겨진 포도나무는 태초부터 그렇게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너무나 자연적인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스테이어마크(steiermark) 지역으로 들어서면 끊없이 펼쳐지던 대지가 우뚝 솟은 알프스산맥의 영향으로 가파른 경사를 형성하며 급경사를 이룬 테라스 지역으로 변합니다. 45% 경사까지 트랙터를 이용해 포도농사를 짓는 모습들이 경이로울 정도입니다. 해발 400m가 넘는 고산지대에 일궈진 포도밭은 자연에 순응하며 사는 농부 본연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오스트리아는 프랑스 부르고뉴 지역과 여러모로 닮아있습니다. 우선 부르고뉴지역과 비슷한 위도에 속해있고, 같은 대륙성기후대여서 서늘한 기후를 선호하는 품종이 잘 자라는 지역입니다. 또 샤블리처럼 과거 석기시대때 바다였던 곳이 융기돼 형성돼 패각이 많이 함유된 석회질 토양을 가진 캄프탈(kamptal)지역도 있고 보면, 알프스 산맥을 건넌 부르고뉴 지역으로 불릴만합니다..
오스트리아는 중저가 와인도 많이 생산되지만 자기만의 색깔을 드러내는 보석들은 중고가 와인들에 많이 숨어 있습니다. 화이트 와인이 강세를 보이며 가격대비 훌륭한 와인들이 많이 있지만, 30%밖에 차지하지 않는 레드와인중에 잠재력 있는 와인들이 많습니다. 물론 트로켄베렌 아우스레제나 아이스바인처럼 스위트한 와인의 경쟁력은 이미 한국에서 '코리아 와인 첼렌지'를 통해 입증된 바 있습니다.
오스트리아를 은둔의 제국으로 만드는 또다른 요인은 이태리처럼 고유품종이 많아 낯설기 때문입니다. 그뤼너 벨트리너(Gruner Veltliner), 벨슈리슬링(Welschriesling), 바이스부르군더(Weisburgunder) 등의 화이트 품종과 츠바이겔트(Zweigelt), 블라우프랭키쉬(Blaufrankisch), 쌍크트 로렌트(St. Laurent), 블라우어 포르투기저(Blauer Portugiese) 등 레드 품종들이 레이블에 적혀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양반처럼 점잖은 서양인을 연상케하는 오스트리아는 한국과 비슷한 크기의 국가에 800여만명의 인구가 살고 있습니다. 관광대국이지만 거리에 휴지조각 하나 굴러다니지 않는 오스트리아는 이제 한국인에게 매력적인 와인강국으로 다가올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빈쳐(winzer, 와이너리)들이 생산한 다양한 와인들이 수미르와인을 통해 수입될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와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와인에도 신분증이 있다 (0) | 2010.06.09 |
---|---|
와인과 온도 (0) | 2010.06.09 |
내 성격에 맞는 와인은 (0) | 2010.06.09 |
특별한 첫날밤을 위한 스파클링 와인 (0) | 2010.06.09 |
와인이 건강에 좋은 이유 4가지 (0) | 2010.05.24 |